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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21년 05월 20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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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사무국장 (진주시 문화도시지원센터)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거한 법정도시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꾸려갈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면 평가와 컨설팅 그리고 심의를 거쳐 예비도시로 지정하고, 1년간 예비사업 수행 후 최종 심의를 통과하면 법정 문화도시로 5년간 최대 200억의 사업비를 지원받게 된다. 2018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0개 도시를 예비도시로 선정한 이후 2021년 현재 12개의 법정문화도시, 18개의 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선정됐고 2020년 진주시를 포함한 30개의 지방자치단체가 문화도시를 준비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문화도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바로 법정 문화도시라는 지위와 200억원이라는 사업비, 그리고 거버넌스와 시민 협력을 중요시하는 체계적인 과정 설계 때문이다.
문화도시는 시민들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저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고 삶의 방식 또한 다르다 보니 각자가 꿈꾸는 행복의 가치척도 역시 제각각임은 당연한 일이다. 문화도시는 어쩌면 법정 지정된다는 결과로서의 의미보다는 그 과정 속에서 개인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게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라는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행복이란 개념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거대하게 느껴지지만, 인간의 삶, 즉 일상이 문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것 하나 문화도시를 고민하는 데 해당 되지 않는 것이 없다.
대도시의 편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이들이 많지만, 반대로 대도시의 편리를 버리고 불편을 감내해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고 시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지역살이의 핵심인 바쁘고 빠듯하기만 한 일상을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을 갖추는 것, 자신을 위한 시간 투자가 가능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은 문화도시의 지향점과 일맥상통한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상, 삶의 전환을 도모하는 것, 그것이 문화도시의 모습이다.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기준이 바로 서야 진정한 삶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문화도시의 지향점과 구체적 내용을 유추해 낼 수 있다. 부의 축적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누구나 일할 수 있는(먹고 살 만한) 일자리가 있는 도시, 일은 각각의 취미와 능력에 맞춰 있으며, 노동의 강도는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준이 아닌 적절함을 갖춘 도시, 쾌적한 환경과 자연이 있고 마을을 돌아보면 어디든 유물이 있고 일상이 놀이가 되는 도시, 배움과 학습이 제공되고, 함께 나누며 서로 보듬는 질서가 자리 잡고 있는 그런 마을과 이를 즐기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문화도시의 실체가 아닐까 싶다. 물론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조건과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시민 공론화 과정을 통한 문화도시의 미래상에 대해 공유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정밀하게 설계돼야 한다. 제안된 실천사업이 잘 돌아갈 수 있는 민관 거버넌스 체계도 갖춰야 한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정책 영역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러한 과정을 시민이 경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정책사업으로서 문화도시를 가져오겠다는 생각의 탑다운 방식 일방향적인 접근은 실패의 시작이다.
이수경 사무국장 (진주시 문화도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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