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망경TV 인터뷰 기록집 - 문화복부인이 만난 문화상인>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출연 2021.08.06.) 부산에 엄청 큰 제면소가 있고, 진주에 국수를 만드는 동명식당이 생기면서 국수집이 많이 생겼어요. 국수가 이동과 보관이 용이한 점도 있고요. 삼천포와 가까우니 멸치육수를 내는데 필요한 식재료를 구하기도 쉬웠겠죠. 진주가 서부경남의 중심도시였으니까요. 시장에 물건을 팔러 왔다가 출출할 때 먹기 편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시장을 찾는 분들이 오면 미리 국수를 삶아뒀다가 빨리빨리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국수는 지금 따지면 햄버거 같이 빨리 낼 수 있는 패스트푸드였어요. 지금 당장 삶을 필요가 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국수를 삶아서 이렇게 뒀다고 손님들이 오면 바로 육수 부어 드리면 되는 거니까요. 빠르게 조리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고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으니까 그만큼 수익이 높았겠죠.
진주 냉면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먹지 못했어요. 양반 정도 되고 돈도 있고, 저녁에 비싼 술도 마실 수 있는 분들이 진주냉면을 먹었죠. 예전에 진주기생이 있어 그런 분들을 교육하던 교방이라는 게 있었어요. 교방문화에서 진주냉면이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진주냉면은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하고 다르게 양반들이라든지 돈 많은 사람들이 먹는 그런 고급음식이었어요.
특정 어떤 식당이나 어느 곳에서 전통이 70년이니 60년이니 이러면서 우리는 예전부터 진주냉면을 만들었고 예전부터 해물 육수를 썼고 냉면 위에 고명을 올렸다고 해요. 스토리가 가미된 이야기지 실제로 진실을 아니라고 봅니다. 이야기하기 좋고 우리도 뭔가를 만들려고 하면 약간 좀 과장하기 쉽죠. 그리고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가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냉면이라고 하면 주로 평양냉면처럼 면발이 얇고, 쉽게 말해서 소고기 육수에다가 이제 고기 구워 먹고 나중에 후식으로 나오는 음식이었습니다. 우리 문화가 수준이 어느 정도 좀 더 올라가고 지자체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 같아요. 한참 유등 축제가 생기고 하면서 외지인들이 막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진주냉면이 막 뜨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제가 조사해보니 1990년대 이전까지는 지금 형태의 진주냉면은 거의 없었습니다.
허영만 씨의 <식객>이라는 만화의 진주냉면 이야기를 했었죠. 제가 찾아보니까 아마 지금의 진주냉면은 진주식 냉면으로 재해석된 거지 과거 100년이나 이전에 있었던 냉면하고는 약간 다르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진주냉면이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니고 우리가 지금 먹는 진주냉면은 예전에 전통이 아니라 2000년 이후에 재해석된 진주냉면이라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Q. 기존의 평양, 함흥냉면과는 어떻게 다른지? 평양이나 함흥냉면 같은 경우는 면발이 얇죠. 흔히 요즘 말로는 슴슴합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상당히 싱겁습니다. 감칠맛이라는 게 보통 고기 같은 것 푹 끓이면 거기서 나는 맛이죠. 그러니까 평양이나 함흥냉면 같은 경우에는 쉽게 따지면 고기 육수를 쓰죠. 지금 우리 진주냉면은 주로 이제 해산물을 넣어서 쓰니까 약간 다릅니다. 육수의 경우 얼큰한 맛이 있다면 지금 진주냉면은 그것과는 다르죠.